동녘 東(동)은 '자루'가 어원이다.
동이(東夷)족에서 동쪽을 뜻하는 東이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의 東이기도 하다. 해가 뜨는 방향이며, 해가 뜰 때 표현하는 ‘동트다’의 東이다. “동녘이 밝아 온다”는 오늘 하루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해가 지는 서쪽과는 의미하는 바가 좀 더 밝다. 참고로 영어 ‘go west’는 속어 형태로 ‘잃어버린, 죽다, 피해를 입다, 망치다’등으로 쓰인다.
이에 비해 東쪽은 해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문자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아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 끝에서 희미한 희망을 붙잡고 거친 나라들과 힘든 시대를 살아가듯, 그리고 東夷족이라는 선조들의 기상을 조금이나마 마음에 새긴 채 고대의 화려한 기억을 되살리듯, 우리는 東을 벗어날 수 없다. 동해가 있듯이...
그렇다면 ‘동東트다’의 표현처럼 東은 순수 우리말과 관계가 없을까? 영락없이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갑골문자로 향해야 한다. 갑골문자로 東은 아래 모양이었다. 무슨 자루를 엮은 듯 보인다. 그리고 땔감용 나무 한 단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금 설명한 두 가지는 갑골문을 연구한 학자들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실제 필자도 그렇게 보인다. 특히 이와 관련된 주장은 우리나라에서 갑골문의 대가인 양동숙 교수의 책 『甲骨文字 그 깊이와 아름다움』에서도 나오는데, “東의 갑골문자 는 원래 자루를 의미했으나, 음(音)이 동쪽을 뜻하는 음과 같아 가차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양동숙 교수가 갑골문자가 한국인들의 조상이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자루를 의미했는데, 소리가 동쪽을 뜻하는 소리와 같아 빌렸썼다"라는 말은 고대의 '자루' 소리와 '동쪽' 소리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서는 동쪽이라는 고대소리 이전에 자루를 뜻하는 소리가 먼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학자들이 밝힌 갑골문자의 소리는 ‘toŋ’이다. 우리말로 음역 하면, '동'이다. 그럼 이 소리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는 실로 엮은 꾸러미, 자루를 뜻하는 소리를 찾아야 한다. 우선 중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없다. 당연히 서양 언어 사전에도 없다. 하지만 이 소리로 자루를 뜻하는 소리가 한국어에 있다.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왜 한국어에 자루를 뜻하는 소리로 ‘동’의 소리가 있는지.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들의 선조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은 “저고리 소매에 이어 대는 헝겊 조각”을 뜻한다. 또한 ‘동’은 “사물과 사물을 잇는 마디”를 뜻하며, “굵게 묶어서 한 덩이로 만든 묶음”을 의미한다. 포괄적으로 '동'은 '헝겊으로 굵게 묶어서 만든 묶음'이다. 갑골문자가 나오던 시대에도 의복이 있었으므로 헝겊은 존재했다. 헝겊으로 묶은 한 덩이는 자루를 의미한다.
3천 6백 년 동안 숨겨진 진실이 풀리는 순간이다. '동'은 그 시대에도 자루를 의미했다. 좀 더 들어가 보면 '동이'의 방언이 '동'인 것도 알 수 있다. 동이(동)는 항아리라는 뜻을 포함해서 고대로부터 무엇을 담 든 도구를 의미했다. 또한 동이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헝겊이나 천 조각으로 이어 만든다”는 뜻으로 쓰인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동여매다,동이다’ 등이다. “끈이나 실 따위로 감거나 둘러 묶다”를 뜻한다. 이는 바로 위에서 보여준 東의 갑골문자 형상을 의미하는 것이고 끈으로 감거나 둘러 묶은 모습을 세밀히 말하고 있다. 즉 자루를 아주 구체적으로 나타낸 단어다. 결과적으로 ‘동’은 3천 6백 년 전 자루를 뜻했다. 이제 갑골문자의 기원이 왜 한국어에 있는지 머릿속에 들어온다. 전 세계 어느 언어로도 東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는 없다.
이제 자루의 소리와 '동쪽을 뜻하는 소리'와 연결되는지 알아보자. 우리는 '동트다’라는 말을 쓴다. 사전에는 ‘동東트다’로 한자 표시가 되어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동’은 순수 우리말에서 비롯된 단어이고, ‘해가 뜨는, 동이 트는’ 등으로 ‘동’은 ‘해’의 또 다른 말이었다. 이 소리가 자루의 소리와 같아서 음을 가차한 것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설명은 이미 하였고, 갑골문자의 대가인 양동숙 교수도 이미 그녀의 책에서 언급하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트다, 뜨다’의 활용형 ‘튼, 뜬’에서 ‘동’은 나왔다고 봐야 한다.
또 하나의 증거는 '동동(瞳瞳)하다"라는 표현이다. 이 뜻은 "아침 해가 빛나는 모양"을 나타낸다. 日은 해를 뜻한다고 하더라도 아동을 뜻하는 '童'(동)이 해와 무슨 상관인가? 그냥 동(童)이 음을 뜻한다고 사전에는 나와 있다. 왜 東(동)이 아니고 童(동)인가? 당연히 해가 뜨는 동쪽을 뜻하는 東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엉뚱한 童이 들어가 있다.
해답은 '동'이라는 소리가 원래 '해가 뜨는 또는 해가 뜨는 쪽' 등을 이미 뜻하고 있었는데, 殷(은)나라 멸망 후 후대 사람들이 같은 소리인 童을 붙인 것이다. '동'자체에 어원을 모르고, 우리 선조들이 쓰던 고유의 소리, 뜻을 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루를 뜻하는 '동'이라는 소리는 갑골문자가 만들어진 시기 한 참 이전에 이미 있었다. 그 뜻을 표현한 갑골문자도 위에서 제시했듯이 3천 6백 년 전에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나 '해'가 솟는 의미를 지닌 '트다, 뜨다 , 돋다'의 활용형 '튼, 뜬 , 도든(도단) 등의 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동'의 소리로 인식되면서 '해가 솟는 쪽'을 의미한 '동(東)이 된 것이다. 한국어를 알아야 東의 태생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