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쌓인 산 중턱에서 내보내는 물줄기는 언제 보아도 영 엄하게 느껴지며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준다. 아래 그림도 평온한 마음을 갖게끔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사람들은 '개울'이라 한다. 물이 바삐 어디를 가야 할 때면 세차게 흐르고 물이 주변 경치를 여유롭게 즐길 때는 천천히 흘러간다.
이런 운치 있는 물의 흐름은 우리 몸에서도 일어난다. 몸의 70%는 물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있는 물과 우리 몸안에 있는 물의 움직임은 '흐름'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Stream'이라는 영어 단어도 '흐름'을 품고 있다. '개울'이라는 뜻이지만 명사로 '흐름'이고 동사로 '줄줄 흐르다'를 나타낸다. 비지니스 영어로 'sales revenue stream'이라고 하면 '영업 매출 흐름'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며, 'revenue stream'을 올리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stream의 어원도 '흐름'에서 출발한다. 인류의 역사를 빙하기를 빼고 논할 수 없는데, 이유는 빙하가 녹아 바닷물의 수위를 높이면서 지형이 바뀌었고 새로운 강줄기가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강줄기는 빙하가 녹아 형성되기도 하고 홍수로도 생겨났다.
새로운 강줄기는 문명을 잉태했다. 물의 흐름이 결국 인류 역사의 흐름과 같다는 뜻이다. 어원적으로 물줄기의 형성은 비나 태풍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자연의 격변을 기억하는 인류는 빙하에 초점을 두었다. 이유는 '흐름'이라는 자연의 현상에 몰입해서이다.
자연의 현상에 몰입한 결과는 stream의 어원에 살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설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diarrhea도 어원이 같다. 대자연이 선택한 물의 흐름과 몸이 선택한 물의 흐름이 어원이 같다는 것은 어쩌면 인류의 경험은 DNA를 통해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그 경험을 말하는 단어가 한국어라는 점이다.
stream은 영어이고 영어의 최종어원은 인도유럽어이다. stream의 인도유럽어 어원이 자연을 관찰한 결과에서 기원하였는데, 그 소리가 한국어랑 연결된다.
인도유럽어는 서양 학자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찾기 위해 수 백 년간 노력해서 밝혀낸 업적이다. 그 시초는 영국인이며,판사였던 윌리암 존스였다. 그는 1746년에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아이작 뉴튼과 가까운 친구였다. 1783년 인도 캘커타에 판사로 파견된 이후 산스크리스트어로 된 인도 경전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산스크리스트어(인도의 고대어)가 그리스어, 라틴어, 켈트어, 페르시아어와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도유럽어는 이런 발견을 통해 나온 하나의 걸작이다.
그 동안 그리스어, 라틴어가 영어의 뿌리일 것이라 여겼지만, 무언가 부족한 면이 있었던 차에 획기적인 발견을 한 것이다. 이는 사실 아리아인의 우월성과도 연관된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 아리안족은 이란에 일부를 남기고 나머지는 인도에 정착한다.
그 결과는 인도에 원래 있던 드라비다인을 남쪽으로 몰아내고 그 들 만의 역사를 만들기 시작한다. 히틀러도 아리아인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도 하였지만, 시초는 15세기 이후 서양의 힘에서 비롯된다. 그 힘은 전 세계에 퍼져 나갔고, 수많은 식민지가 건설되면서 문화적으로도 기타 민족을 압도하여야 하는 절대적 도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고대 언어 산스크리스트어가 그리스어와 라틴어와 같다는 사실은 더 확실한 민족주의적 사고가 필요했다. 그것이 아리안족이다. 인도로 들어와 모헨조다로 문명, 하라파 문명의 창시자인 드라비다인들을 남쪽으로 몰아낸 아리안의 우수성을 설파해야 했다.
우수성을 설파하기 위해서 좀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했다. 그 연구 결과의 일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도유럽어에 영향을 준 이들은 원래 유럽에 있던 수렵민들, 그리고 중동에서 올라온 농경민들, 나머지는 바이칼호수 근처에서 말타부레 문화를 영위했던 이들이다."
다시 눈을 stream과 diarrhea(설사)로 돌려서 왜 어원이 같은지를 알아보자. 그 전에 눈길을 끄는 것은 rhythm(리듬)도 어원이 같다는 것이다. 도무지 영어는 단어 자체도 그렇고 어원까지 들여다보면 미궁 속에 빠져 들 수밖에 없다. stream과 diarrhea는 물이 관련되어 같을 수 있지만, 리듬은 무슨 상관인가? 그래서 영어는 암호와 된 언어다.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상상해야 한다. 이 세 단어의 어원은 인도유럽어 sreu(스르)이다. 흐르다의 뜻이다.
개울물도 흐르고, 설사도 흐르고, 리듬도 흐른다. 전혀 우리말로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다. “리듬이 흐르는 대로” 이 표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세 단어를 묶는 암호 코드는 흐르다이다. 이제 왜 흐르다에서 세 단어가 나왔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이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시 마지막 빙하기에 얼음이 녹는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인류에게 빙하가 녹는 것은 거의 두려움과 공포였다. 그 인류 중에장엄하고 두려운 모습을 아름다운 소리로 표현한 부류가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그 장본인들이다. 우리는 지금도 그 표현을 쓴다. 스르르는 ‘눈이나 얼음 따위가 저절로 슬슬 녹는 모양’을 뜻한다. 빙하기가 끝날 무렵 펼쳐지는 장엄한 모습을 제대로 담아낸 소리가 '스르르'였다.
왜 우리는 눈이 녹다에 '스르르'라는 부사를 쓰고 있을까? 앞에서 이야기를 꺼냈듯이 기억과 경험을 전달하는 유전자 있어 가능한 일인가? 빙하기에 눈은 저절로 녹아 흘러내렸다. 인위적인 모습은 결코 없었다. 자연이 만들었고 자연이 녹였다. 이 자연의 현상을 우리는 '스르르'로 기억한다.
stream의 어원 sreu(스르)는 한국어를 아주 많이 닮은 소리다. 스르르가 인도유럽어에 뿌리를 내려 stream, diarrhea, rhythm의 어원이 되었고 'diarrhea, rhythm'은 sreu에서 s가 사라지면서 생성된 단어들이다.
K-pop, K-drama가 아시아 및 유럽 남미의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끼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말 소리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는 수 천 년 전에도 같았다. 얼음이 녹는 모습을 표현한 '스르르'는 바이칼을 거쳐 인도유럽어의 탄생지인 카프카스 산맥 위 현재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접경지역으로 퍼져 갔다.
단순하게 스르르를 로마자로 표현해도 sreureu인데, 영어의 뿌리인 sreu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연의 일치라고 넘기기에는 소리 및 의미의 연결 정도가 너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