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자가 발견된 곳이 옛날 은殷나라 땅이었으며 한자의 기원이 은나라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은나라는 다른 이름으로 상商나라이며, 현재 대륙의 하남성, 하북성, 산동성을 기반으로 건국했다. 아래 녹색라인이 은나라의 강역을 표시한 것이다.
한국의 여러 학자 및 역사를 반듯하게 공부하는 이들은 은나라를 동이족의 한 부류로 보고 있다. 동이족은 우리가 알던 동이족을 말한다. 즉, 우리 선조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주류 사학계에 뿌리를 둔 젊은 사학자들 일부는 중국에서 일컬어지는 東夷족은 우리가 선조로 여기는 동이족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현재 중국 산동성에 동이문화박물관이 있다. 중국이 동이문화박물관을 만들고, 왜 우리의 젊은 사학자가 우리 선조를 부정하는지는, 굳이 설명을 안 해도 그 내막이 역사를 축소하고 부정하는 행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누구든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수천 년이 지난 미래의 시점에 현재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한글이 금속 파편에 적혀 발견되었다. 그 미래 시대 학자들은 그동안 한글의 기원이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이번 발굴로 한글이 인도네시아에서 기원한 것이라 결론을 내린다. 이유는 이미 동남아시아 및 아시아에서 한글이 공용 문자로 쓰인 지가 수천 년이 되었는데,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문헌이 발굴되었다. 그 문헌은 인도네시아에 오랫동안 살아왔던 ‘찌아찌아족’이 최초로 한글을 썼다는 기록이었다.
이미 한국은 저 출산으로 나라가 사라진 지 수천 년이 되었기 때문에 미래의 학자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던 것만 알지, 기록도 전무한 상태에서 한글을 창제한 나라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시아의 각 나라들이 제각각 가지고 있던 자신들의 언어 소리를 한글로 기록한 지가 오래되었고 각 나라마다 그 기원이 자기들 것이라 주장하다가 한글로 적힌 금속조각이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되어 그 발상지가 인도네시아로 기정 사실화 되었다.
이런 상상은 그냥 만화책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내용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찌아찌아족은 문자가 없어 한글을 사용하기로 하였고, 자신들의 말소리를 한글로 적고 있다. 찌아찌아족이 미래에 한글을 창제한 이들이라고 여겨진다면, 과거에 중국이 한자를 만들었다고 지금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은殷나라를 건국한 이들이 동이족이라는 것은 중국의 고대 문헌에도 나오고 몇몇 중국학자들도 인정하는 부문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이어령 박사께서 지으신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이 있는데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주류집단은 책 제목과 같이 ‘축소지향의 한국인들'이다.
일본은 모든 전자 제품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은 닥치는 대로 한국의 역사 및 문화가 모두 중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왔다고 우기면서 일본인 및 중국인들이 가르친 대로 그대로 읊어 대고 있다. 말그대로 있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殷의 기원을 보더라도 한자가 우리 선조들, 우리와 같은 말을 썼던 조상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래의 殷의 갑골문자를 보면 가운데 원 모양이 부풀어 올랐다. 이 모양은 사람의 배가 부풀어 오른 것을 상징한다.
殷의 갑골문자 소리를 밝힌 사람은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이었던 '정창'이었다. 그 소리는 'qɯn'이며, 우리말로 옮기면 '큰'이다. 그럼 殷의 뜻 중에 ‘크다’의 뜻이 있을까? 네이버 한자 사전을 찾아보면 확인할 수 있다. 뜻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크다, 많다 등이 있다. 즉 殷나라는 ‘큰 나라’ 라는 의미다. 우리말 '큰' 소리가 3천6백 년 전에도 쓰였다는 증거다.
배가 부푼 모습을 '큰'으로 상징한 것인데, 전세계에 殷의 갑골문자 소리 '큰'이라는 소리를 쓰는 나라는 유일하게 '대한민국'이다. 이 말도 힘 있는 학자들이 차용했다고 말한다면, 그냥 그들은 짐 싸들고 중국에 들어가 사는 게 맞다.
이는 백제를 두고 고대 일본에서 ‘구다라’라고 말한 것과 같다. 우수한 문화를 전파하고 사실상 일본의 뿌리로 자리 잡은 백제를 두고 큰 나라의 의미를 가진 구다라로 부른 것은 현재 중국 하남성에 자리 잡은 은나라가 우수한 문화를 가졌다는 의미와 일치한다.
그 주변의 국가들이 은나라를 큰 나라로 부른 것이다. 은의 소리는 k음이 탈락하면서 변이 된 것이다. 우리는 큰 이라는 말소리와 은이라는 말소리를 동시에 쓰고 있다. 말소리가 변화하는 것은 많은 언어에서 많이 나타난다. 한자음의 변화도 그런 현상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여기 숨겨진 비밀이 존재한다. 한자를 빌어 쓰게 된 중국인들 조상의 세력이 커지면서 그들이 말하기 쉬운 음으로 갑골문자음을 대체한 것이다. 라틴어에 Classical Latin이 있고, 대중들이 말하였던 Vulgar Latin이 있듯이, 한자음도 그렇게 구분된 것이다. 결국 한자를 상위 계층에 자리 잡고 있던 우리 조상들이 만들었지만, 하위 계층(중국인들의 조상)의 인구가 많아지면서 소리가 바뀐 것이다. 소리와 함께 어순도 바뀌었다.
이런 현상은 고전 라틴어(classical Latin)와 민중 라틴어(vulgar Latin)에서도 나타난다. 귀족들이 쓰던 고전 라틴어는 원래 SOV(주어, 목적어, 동사)순서였다. 그리고 가끔은 주어, 동사, 목적어가 뒤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후대에 ‘격’이 발달하게 된다. 반면 민중 라틴어는 SVO였다. 언어도 말하는 화자가 많아야 유지될 수 있듯이 결국 라틴어의 어순은 SVO가 되고 유럽 전역의 언어가 SVO가 된다.
한자 어순이 바뀌는 현상도 이와 똑같다. 우리 조상들이 인구면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후대의 선조들이 중화사상에 물들어 가면서 변화된 한자 소리를 받아들였다. 정작 한자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체 사대주의 사상에 젖어 역사를 잊은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쓰이기에 바꾸려 해도 쉽지가 않다. 그러나 연구 대상을 바꾸면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고대의 사서를 파고들어 뒤틀린 구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자의 뿌리음만 연구해도 그 뒤틀린 역사가 자연스럽게 곧아지고 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가 한자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에 답만 내리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