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한국 문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주로 10~20대 연령층에서 폭발적으로 음식부터 영화, 음악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심지어는 산후조리원도 개원을 하여 본격적으로 우리 생활문화가 미국에 스며들고 있다. 이미 찜질방은 상업화된 지 오래되었고, 하나 둘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미국 본토에 상륙 중이다.
그중에 보자기를 이용해 아이를 등에 업은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동양문화가 쉽사리 서양문화에 침윤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음식이나 철학 등은 이미 고대로부터 교류가 이뤄져 융합 또는 독창적으로 서양에 자리 잡았지만, 대부분 인도와 중국, 일본의 것이었다.
하지만 생활문화가 서양문명권에 퍼지는 것은 아주 특이한 일이다. 이미 태권도라는 문화가 수십 년 전부터 미국을 휩쓸었지만, 보자기로 아이를 업은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래는 한 남자가 아이 대신 돈을 업은 모습인데,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올 한 해 돈을 많이 업기를 바라며, 그림을 넣은 이유는 '업다'의 어근 '업'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문화가 미국에 스며들어가는 것을 위에서 잠깐 설명하였는데, 사실 수 천 년 전에 이미 우리의 언어가 서양에 퍼져갔었다.
영어 단어 'up'은 전치사, 부사, 동사로 쓰인다. 'hold up'은 '견디다, 떠 받치다, 지연시키다'의 뜻을 가지고 있고 'turn up'은 '높이다, 나타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The company ups the price"하면 "그 회사는 가격을 올린다"라는 뜻이다. "Time is up"은 "시간 다 되었다"뜻이다. 참 외우기도 어렵고 외워도 쉽게 쓰기 어렵다.
그런데 'up'은 우리말 '업다'의 어근' 업'에서 온 말이다.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업다'는 통상적으로 등에 대상을 손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서 붙어 있게 하는 행위며 아래에서 위로 대상을 들어 올린다. 이 뜻은 영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어의 가장 오래된 조상언어는 '인도유럽어'이다. 'up'의 인도유럽어는 'upo'(어보,어버)이며, 뜻은 "아래에서 위로 올리다."이다. 정확히 우리말 '업다'의 어근과 같다. 그냥 어쩌다가 뜻과 소리가 같은 것이 아니라 연원적으로 그 뿌리가 연결된다.
인류가 말을 하게 되고 각 뜻을 구별하는 단어를 만들어낼 때 보통 지역, 종족과 상관없이 가장 기본적인 말뿌리는 같아야 한다. 문화가 발전되면서 풍부한 어휘가 생성되기 전까지는 같아야 한다. '업'은 인류가 가장 초기에 사용한 언어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초기 인류도 알았다. 어떤 식으로 키울 것이냐를 인류는 고민하였다.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는 곳에 덩그러니 아이를 누워놓고 알아서 자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항상 엄마의 품이나 등에 붙어서 엄마의 보호가 필요했다. 그런 초기 인류문화를 아직 우리는 간직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런 보자기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서서히 일어나는 것은 인류가 가진 보호라는 DNA가 시대에 상관없이 발현되는 것이다.
6천 년 전 인도유럽어가 생성될 때 인류가 가진 아이를 보호하는 생활문화는 당연히 존재했다. 우리는 아직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고 언어에도 남아 있다. 이런 이유가 우리말 '업'이 영어 단어 'up'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잠깐 의미를 확장해 보면, "Time is up"에도 우리말이 녹아 있다. 그냥 직역하면 "시간이 위로 갔다"인데 쉽게 머릿속에서 인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말 '없다'를 연상해 보자. "할당된 시간이 없어졌다."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영어도 그런 뜻이다. 도대체 왜 '위'를 뜻하는 말이 '없어지다'의 개념을 가지게 되었을까?
인류의 언어는 소리로 이뤄져서 출발했다. 말하기 전에 글자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런 부문은 오히려 영어가 오히려 초기의 우리말 '업과 없'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업과 없'은 소리가 같다. 하지만 뜻은 다르다. 그런 중복된 의미를 영어 단어 'up'이 간직하고 있다.
영어와 우리말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가깝다. 많은 책을 보면 우리말은 몽골어, 퉁구스어, 투르크어에서 나왔다고 쓰여있다. 실제 저명한 학자들은 고구려어는 '몽골어', 백제어는 '초기 한국어, 몽골어, 신라어는 '투르크'어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달리 보면, 몽골어, 투르크어, 퉁구스어 등은 우리말에서 나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너무나도 겸손한 문화에 빠져있고, 주눅 들어 산지가 오래되어 "우리가 주인이다"라는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up'의 언어적 속성을 통해 잠시나마 우리가 주인인 느낌을 가져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