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라는 말을 듣거나 말할 때,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설레는 느낌으로 가득 차있다. 언제부터 사랑이라는 말과 감정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종족번식의 안정성을 확보한 다음에 이뤄진 결과라 생각한다. 종족번식을 위한 동물들의 짝짓기가 사랑보다는 번식에 가깝기에 그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사랑은 교감이고 교감은 소통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의사소통이 따라야 한다. 동물 중에 인간만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라는 매혹적인 매개체가 분명 영장류인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라 타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자식에 대한 애정은 여기서 배제하고 생각했다. 동물들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한자 愛(애)는 자식에 대한 사랑에도 쓰이지만, 대체적으로 타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 쓰인다.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운 소리에 뇌는 반응한다. 특히 왼쪽 두뇌 앞에 있는 '브로카'영역과 왼쪽 두뇌 측면에 있는 '베르니케'영역은 그 소리에 반응하는 중요기관이다.
'장-루이 데살'이 지은 <말의 자연사 언어의 기원>에 따르면 브로카, 베르니케 영역은 왼쪽 두뇌 피질에 포함된 영역인데 중요한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이다. 브로카 영역은 운동을 관장하는 부위 근처에 있고 베르니케 영역은 청각을 담당하는 영역 근처에 있어 사랑이라는 소리를 듣고 몸이 반응하게끔 한다.
사랑 愛는 처음 글자로 만들어졌을 때 과연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을 자극할 정도로 사랑에 충만한 글자였을까? 이 글자는 두 개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心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 그림이다.
목멜 기는 갑골문자 시절에는 '목에 걸릴 정도로 음식을 많이 먹었다'를 나타내는 글자였다. 아래 갑골문자를 보면 더 뜻이 명확해진다.
머리 쪽 열린 부분이 입을 뜻한다. 무릎 꿇은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를 그렸다. 즉, "그득히 먹어 더 이상 안 먹겠다"는 뜻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목이 멜 정도로 가득히 먹은 상태를 말한다.
기계적으로 설명하면 사랑 愛는 '마음'과 '그득히 먹은 상태'가 합쳐진 말이다. 마음 쪽으로 기울여 표현하면 마음이 그득히 쌓여 충만한 느낌을 갖는 표현이다. 뇌의 브로카와 베르니카 영역을 통해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충만한 마음이 가득 차있고 몸이 받아 드릴 수 있을 만큼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목멜 '기'의 갑골문자 소리는 'kwds'이다. 우리말로 음역하면 '귿'이 된다. 앞에 설명한 우리말 '그득'의 古語형이다. 서정범 교수가 지은 국어사전에 보면 '가득'의 고어형이 '갇'이라 하였다. '가득'과 '그득'은 같은 말이다. 이 단어들의 뜻을 찾아보면 특이하게 "감정, 정서, 생각 따위가 많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특이점이 사랑 愛의 밑바탕이 된다.
'먹을 만큼 먹은 상태'의 '그득(귿)'이 목멜 '기'의 갑골문자 소리였고 현재 우리가 쓰는 말이다. 사랑 愛는 목멜 '기'의 소리에 마음 '心'의 뜻을 포함한 글자라 갑골문자 소리도 '기'와 같다. 즉, 갑골문자 소리도 'k(q)wds'이다. 'q'가 있는 것은 중국 학자 정창이 소리를 밝혀 내면서 'q'로 재구 했기에 넣은 것이다. 사실 그는 목멜 '기'를 'kwds'로 밝히고 이 소리를 쓰는 사랑 愛에 비슷한 'q'음을 붙였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중국어로는 갑골문자 소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그득하다'라는 어휘 및 그 고어형을 알지 못하기에 'q'로 결론을 지었다. 사랑 愛는 말 그대로 마음이 가득한 상태를 말한다. 아래 그림은 갑골문 모양인데 맨 아래가 '마음'이고 위가 목멜 '기'를 뜻한다.
3천6백 년 전에 사랑은 '마음이 가득한 상태'를 뜻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마음이 그득한 상태를 말하기에 시대를 초월해서 변하지 않는다. 그 당시의 두뇌나 현재 우리의 두뇌도 변하지 않았다. 생각에 정서와 감정을 더하면 사랑이 된다.
사랑 愛는 지금은 '애' 소리지만, 고대에는 '귿'이었다. 우리말로는 위의 모든 것이 설명되며 현재 '그득'에 "감정, 정서, 생각 따위가 가득하다"라는 뜻이 아직 살아 있기에 갑골문자가 우리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더 신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