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탄화 볍씨는 어디에 있을까?
시험문제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벼를 재배한 지역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에 주관식으로 답을 하라고 했을 때, 과연 밑에 객관식 중 어느 것이 정답일까?
1. 중국 2. 인도 3. 터키 4. 1,2,3 모두 답이 아님
답은 4번이다. 중국도 아니며, 인도도 아니고, 터키고 아니다. 실제 답은 '한국'이다. 이는 국수주의적 발상이 아니라 실제 증거가 있다. 바로 충주 '소로리 볍씨'이다. 한 번은 들어 봤을 것 같은 '소로리 볍씨'가 IMF가 시작되던 1997년 홀연히 나타났다. 오창 과학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출토된 것이다.
탄소동위원소 연대 측정 시 1만 5천 년 정도로 나왔고 미국에 가서 검증도 받았으며, 영국 BBC에서도 특별 방송을 내보냈다. 또한 프랑스 르옹드에서도 소개를 했으며, 고고학 개론서인 <Archaeology> 제4판(2006년)에 '식량과 짐승종들이 처음으로 순화된 위치'라고 표시하면서 '청주'위치에 '쌀그림'을 표시해 두었다. '순화된'이라는 뜻은 '야생 재배벼'라 보면 된다.
다시 말하면 쌀의 기원지로 한국 청주 소로리를 표시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슬프고 웃긴 이야기들이 나온다. 세계를 뒤집어 놓은 이 위대한 발견에 국내 학자들 대부분은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탄소연대 측정을 믿을 수 없다, 1만 5천 년 전에는 서해가 붙어 있어 중국 양자강(기존까지 최고 오래된 볍씨 발굴 지역)에서 사람들이 가지고 건너왔다, 양자강에서 새가 물어 온 것이다, 토탄 층에 비닐이 나와서(유언비어) 인정할 수 없다." 등등의 말을 쏟아 내며 자국의 세계사적 발견에 침을 여러 번 뱉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우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런 식의 관점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중국 이나 일본 같았으면, 국비를 들여 어마어마한 박물관을 하나 세우고 관광지로 개발을 했을 텐데 발굴지는 훼손되었고 아래 조형물 하나 세워져 있다. 참 애석한 일이다.
약간 뒤로 물러나서 소로리 볍씨에 비판을 가하는 의견은 아래와 같다.
"중국처럼 발견지 근처에서 계속 볍씨가 나와야 되는데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고양에서 발견된 기존 볍씨(5천 년 전)와 차이가 무려 1만 년이나 난다."
사실 제대로 발굴하고자 한다면 고양에서 충주까지 지하 20m 정도로 흙을 다 파내어야 한다. 사실 충주 조동리라는 곳에서도 8천 년 전 볍씨가 나와 위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그토록 타국 문화에 대해서 비하하는 경향이 강한 서양(영국, 프랑스)에서 조차인정하는 사실을 우리는 부정에 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 학자 '류지이'는 2003년 소로리 볍씨가 발견되었을 때 하기와 같은 말을 내뱉었다.
"(조충소기)彫蟲小伎, 우이절적 국제대완소(愚人節的 國際大玩笑)" '조충소기'는 '벌레를 새기는 보잘것없는 솜씨'라는 뜻으로 남의 글귀를 토막토막 따다가 맞추는 서투른 재간을 말하고, '우인절적 국제대완소'는 '만우절의 국제적인 웃음거리'라는 뜻이다. 이 예의 없는 평가에 국내 학자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금도 입을 다물고 여전히 세계 최고의 볍씨 출토 지역은 중국 양자강이라 믿고 있다. 세계 고고학회지에 버젓이 세계 최고 볍씨가 충주 소로리로 되어 있는데도 그들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들은 중국 학자들이 아니라 한국 학자들이다.
'류지이'같은 중국학자가 있기에 우리는 무한히 우리 문화를 탐구하고 발굴해야 한다. 또한 그와 같은 사람들을 올바른 학자의 길로 인도해 줄 수 있는 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한자탐구'다. 한자는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중국인들이 만들지 않았다. 벼농사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우기는 그들에게 딱 한 글자만 보여줘도 그들의 뻣뻣한 목이 숙여지게 할 수 있다.
2. 벼 禾(화)의 갑골음은 농경문화가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지 말해 준다.
만약 농경문화가 1만 2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면, 벼를 뜻하는 이 한자음은 당연히 중국인들의 소리를 따라야 한다. 간혹 중국, 일본, 한국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한자의 소리가 워낙 많이 변해 고대음을 알 수 없다"라고 하며 "한자의 고대음 소리와 상관없이 한자는 중국태생이다" 이렇게 힘차게 목놓아 부르짖는다. 이는 집단착각(Collective Illusion) 일뿐이다. 집단 착각에는 진실보다는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
벼 禾의 갑골음은 'gol'(중국 학자 정창이 밝힘)이며, 한국어로 음역시 '골'이다. 그 뜻은 원래 '식물의 줄기'였고 거시적 의미는 식물이었다. 3천6백 년 전 또는 그 이전에 이미 사람들은 야생의 식물을 하기와 같이 그렸으며 소리를 '골'로 붙였다. 참고로 중국어 소리는 'he'(성조표기 안 함)이다.
우리말에는 '골풀, 골, 왕골'이라는 단어가 있다. 왕골은 한해 살이 풀이며, 줄기는 마름모 꼴을 하고 있다. 골풀은 초본식물(한해, 두해 살이 식물을 전부 포함) 통틀어 말한다. 벼는 참고로 한 해 살이 풀이다. 골풀의 옛말은 '골'이라는 한 단어였다. 중국 학자 정창이 밝힌 소리 'gol(골)' 그대로다.
고대에 농경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식물이 한 해 살이인지, 두 해 살이인지가 중요했다. 거기서 비롯된 소리가 '골'이며, 구체적인 식물의 이름을 하나로 통틀어 말한 단어가 '골'이다. 자연스럽게 농경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직 '골'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으며, 그 단어는 농경의 밑바탕을 알 수 있는 표현방식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밑바탕은 변하지 않았다. '골'에서 '화'로 소리가 변화된 것은 'g'가 'h'로 전이되었고 나중에 'l'소리가 탈락돼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예는 언어학적으로 많다. "우리가 먼저다, 원조다, 우수하다"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실 있는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탄화볍씨가 한국에 있고 '벼'를 뜻하는 고대 한자 소리가 우리말 소리라는 것을 밝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