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내 川(천)은 갑골문자 이래로 변하지 않은 글자 중에 하나다. 무려 3천6백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川을 일컫는 소리는 변하였어도 모양은 그대로다. 이 川에는 고대인들이 현대인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암호가 숨어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물이 흘러간 자리에 '골'이 생긴다. 이런 현상은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거대한 골짜기부터 이렇게 작은 '골'까지 물은 땅을 파내었다. 이런 자연 현상은 川의 밑바탕이 된다. 갑골문자는 모양을 본뜨거나 추상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川은 완벽히 자연 현상을 본뜬 문자다. 그다음 이 글자에 소리를 붙였고 그 소리는 '골(khol)'이었다.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川의 뜻이 '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깊숙하게 파인 곳'이라는 뜻이 들어가 있다. "물이 흐르는 곳은 움푹 파인다"라는 암호 같은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즉 "물은 골짜기를 만든다"라는 숨겨진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숨겨진 의미는 '끊임없이, 끓이다' 등이다. 한자사전에 도 나오는 뜻이다. 왜 물이 흐르는 것에서 '끊임없이, 끓이다' 등으로 뜻이 확장된 걸까?
이 모든 것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다시 우리말로 돌아와야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물이 흐르면 '골'이 생긴다. 그러므로 '골'이라는 소리가 먼저 붙었다. 3천6백 년 전 이 글자가 나올 때도 우리말 '골'은 있었다. '골'은 '굴'과 소리도 비슷하고 뜻도 비슷하다. '움푹 파인 곳'이라는 의미가 '굴'에도 있기 때문이다. 한자 사전에도 '굴'이 표시되어 있다.
결국 '골> 굴'로 의미가 확장된다. '굴'소리는 '끓다'의 어근 '끓'과 소리가 비슷하다. 골> 굴은 의미가 확장된 것이며, 굴> 끓은 소리로 엮여서 다른 뜻이 포함된 경우다. '끓'은 '끊'과 연결되어 '끊임없이'라는 의미가 형성되었다. 중국어 사전에도 물이 흐르는 것 외에 '움푹 파인, 끓다, 끊임없이' 등이 들어가 있다. 그들도 궁금했을 것이다.
도대체 왜 "물이 흐르다"가 '움푹 파인, 끓다, 끊임없이'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지...
현대 중국어 발음은 chuan(성조 생략)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연구해도 답을 찾을 수 없다. 川은 완전히 뜻과 소리가 혼합되어 성장한 글자기 때문이다. 우리말로는 모든 게 설명되지만, 중국어로는 단 한 단계도 나갈 수 없다.
川이 우리말 소리를 담았다는 더 큰 증거는 '개골(개울의 방언)이라는 단어 '골'에 있다. 시내, 개울을 의미한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중국 갑골문학자 '정창'은 이 글자의 갑골문자 소리가 'khjon'이라 했다. 그도 우리말의 심오한 소리 체계를 몰라 단지 '끊(khun)'과 가장 유사한 소리까지만 연구했다.
우리말 '골'에서 시작된 川은 한국어의 긴 여정을 담고 있는 글자다. 빙하가 녹아 '골'을 만드는 것부터 '움푹 파인 굴'로 쓰이고, 후대에 끓다로 사용되기까지 川은 오롯이 우리말 뿌리를 간직한 글자다. '천'이라는 소리가 된 것은 'khun'에서 'k'가 'ch'소리로 바뀌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한국의 석학들은 왜 川에 '움푹 파인, 굴, 끓다'가 있는지 최소한 한 번은 연구해야 한다. 그냥 한자가 중국에서 왔다는 생각을 버리고 'think outside the box'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