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눈으로 바라본다. 눈으로 본 정보는 뇌에 저장된다. 저장된 정보는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시험을 위해 필요한 지식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눈으로 들어온 모든 정보가 뇌에 저장되지는 않는다. 일부가 선택적으로 뇌에 존재하는 천 억 개의 신경세포 밑 시냅스에 얼기설기 저장된다. 선택된 정보는 감정을 유발하고, 나중에 합리적 판단을 위한 중요한 증거가 된다.
요즘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책이 인기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라마구'가 지은 책으로 한 도시에 '실명'이라는 전염병이 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직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눈이 멀었다"라는 전제하에 이뤄진 책으로 알고 있다. 눈이 물리적으로 실명이 되면, 사물을 볼 수가 없다. 정신적으로 마음의 눈이 소유욕에 때문에 멀었다면 인간성을 상실한다.(돈에 눈먼 것처럼) 이런 현상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한자가 세상에 처음 나올 때도 있었다. 이미 농경이 안정화되어 잉여 생산물에 소유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듯이, 물욕은 보는데서 비롯된다. 물욕을 멈추려면 보는 것을 멈춰야 한다. 이를 설명하는 한자가 '안(眼)'이다. 이 글자는 目(목)과 艮(간)이 결합된 문자다. 目에도 '보다, 눈' 등의 뜻이 있지만, '보다'의 뜻이 더 우세하게 쓰인다. 눈에 문제가 있을 때 안과(眼科)에 가지 목과(目科)에 가지 않듯이...
艮은 '그치다, 멈추다'를 뜻한다. 다시 眼을 보면 "보는 것을 멈추다, 시선을 멈추다" 등의 뜻이 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묘사한다. "뒤를 돌아 보는 사람을 묘사했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나는 "시선을 멈추고 그치다"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아래는 目과 艮의 갑골문자 모양이다.
위의 두 그림이 모여 후대에 안(眼)이 되었다. 단어의 성격도 目은 '보다'라는 동사에 가까워졌고, 眼은 '눈'이라는 명사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럼 이 글자의 최초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6세기 경 소리는 'ngeanX'였다. 아래가 3천6백 년 전의 소리다.
이 소리를 연구하고 밝힌 사람들은 벡스터와 사가르트이다. 벡스터는 미국 태생의 언어학자이며, 사가르트는 프랑스 태생의 언어학자이다. 둘 다 갑골문자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위 소리를 한국어로 음역 하면, '느언, 너언, 누언' 등과 비슷한 소리들이다. 끝의 물음표 비슷한 것은 이들이 항상 연구하면서 붙이는 접미사들인데 '아, 어' 중간 발음을 나타낸다. 사실 이렇게까지 밝힌 것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정확히 짚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여 각종 소리 기호를 붙였는데, 한국어를 공부하고 인정했다면, 바로 '눈'이라는 소리라고 짚었을 것이다.
안(眼)의 고대 소리는 '눈'이었다. 지금 우리가 쓰는 그대로 '눈'이었다. 한자를 만든 사람들은 '눈'을 '눈'으로 표현한 사람들이었다. 과연 지구상에 '눈(eye)'를 '눈'으로 쓰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대한민국외에는 없다. 봐도 봐도 고대 한자, 즉 갑골문자 소리는 완전 한국어와 일치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언어, 국어, 역사를 주름잡는 석학들은 이런 사실을 애써 부인한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튀어나온다. 眼은 '보다, 눈' 등 뜻 외에 '새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새싹'을 '눈'이라고 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芽)가 '새싹'을 뜻하는 한자이며, 중국어 사전에도 芽가 새싹이다. 발음은 'ya'이다.(성조기입안함) '눈'과는 먼 소리다.
그럼 왜 우리는 새싹을 표현하면서 眼도 쓰고 芽도 쓰는가? 답은 단순하다. 갑골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얼굴에 있는 눈도 '눈'이었고, 초목의 싹을 말할 때도 '눈'이라 했다. 고대 인류에게는 형상이 어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눈망울처럼 초목의 싹이 눈처럼 보였을 수도 있어 같은 소리로 나온다고 결론 낼 수 있다.
소리가 먼저고 나중에 글자가 나온다. 원래 '눈'은 '目'이었고 시간이 지나 '눈(시선)을 그치다, 멈추다'의 안(眼)이 '눈'이라는 명사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럼 왜 '目'에 새싹 '눈' 소리가 안 붙었는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目의 갑골문자 소리는 '눈'보다 더 오래된 우리말 소리이고 '눈'과 소리가 달라 '안(眼)'에 붙게 되었다.
우리말로는 眼이 왜 '눈'소리인지, 거기에 왜 새싹 '눈'이 뜻이 있는지 다 설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어로는 불가능하다. 역사, 언어를 주름잡는 현재 대한민국 석학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제 그만 '차용'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이다. 그들은 중국이 이민족 침입으로 중국어 음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변하지만, 이민족으로 말할 거 같으면 우리도 많은 침입을 겪었다. 논리를 대려면 같은 기준으로 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수천 아니 수만 년 전 '눈(eye)', 새싹 '눈'을 소리 내었던 우리 선조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그만 정신 좀 차리라고!!!"
目과 艮의 갑골문자 소리도 한국어와 같다. 다음 글에 적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