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water)의 역사(歷史)
인류 최초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지역, 유프라테스강 및 티그리스 강에서 5천 5백 년 전 발원되었고 주인공들은 수메르인이었다. 그들은 설형문자(cuneiform)를 남겼고, 많은 내용이 해석되었다. 그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a-ma-ru ba-ur3-ra-ta"(설형문자를 영어로 음역 한 것) 여기서 a-ma-ru는 대홍수를 의미하며, 전체 뜻은 "그때 대홍수가 휩쓸었다"(THE HISTORY OF SUMER, 수메르 최초의 역사, 김산해 지음)는 뜻이다. 참고로 수메르어에서 '물'은 'a' 소리로 '아'에 해당한다.
최초의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인들이 홍수피해를 기록하였듯이 물은 문명을 이루기 시작한 인류에게 무서운 존재였다. 그렇지만 물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홍수 피해는 그다지 물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은 아니다. 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은 '시아노박테리아'다.
35억 년 전 처음 출현한 이 박테리아는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호주에 화석으로 존재하고 있고 동종의 세균들이 현대에도 활동하고 있다. 물은 이 박테리아가 생존하는 중요한 생명 공급원이었다. '물'과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시작하였고, 이산화탄소가 가득하고 산소가 희박한 지구에 생명의 젖줄을 내어준 고마운 존재였다.
물의 역사에 첫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위대한 사건이었다. 그 뒤로 산소가 풍부해진 지구에 다양한 생물(인류도 포함)이 번창하여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시아노박테리아 덕에 생명을 얻은 인류에게 물은 생명유지 공급원이자, 문명 창시자, 문명 파괴자였으며 모든 인류역사에 빠지지 않고 기록되었다. 예를 들어 '노아의 홍수'도 그 한 가지다.
유구한 물의 역사에 비하면 인류의 역사는 보잘것없는 사건들이다. 우리는 그저 물이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움직이고 살아온 존재다. 그런 물의 존재를 인식한 인류는 '물'에 대한 기록을 남겼으며, 최초의 기록은 수메르의 설형문자다.
2. 물(water)이라는 고유명사는 언제부터 무슨 소리로 생겨났을까?
빙하가 녹기 시작한 1만 2천 년 이래 최초 문명은 강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시기에 인류는 '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었다. 앞에서 설명한 수메르 설형문자에서 a-ma-ru는 대홍수이며, a는 물이었듯이, 수메르를 침략하고 멸망시킨 아카드인들도 물에 관한 기록을 수메르 설형문자를 빌어 남겼다. 바로 'naru'였으며 뜻은 '강(river)'이었다. 아카드의 사르곤 왕은 수메르를 정복하였지만, 일정기간 수메르인들과 공존하며 살았다.
그 흔적이 단어에 나타난다. 바로 'ru'이다. '물'과 관련된 수메르 단어에 'ru'가 있듯이 아카드어에서도 강을 뜻하는 단어 'naru'에 'ru'가 있다. 한국어의 '나루'와도 연관될 수 있는 단어이며, '나루'는 강가에 배가 건너 다니는 곳이기에 '강'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조선 상고사'를 지으신 단재 신채호 선생은 책에서 '라'(ra)는 '강'을 의미하다고 하였다. 그는 삼국지에서 이르기를 "고구려가 나라를 세울 때, 큰 강에 의존해 자리를 잡았고, '나라'는 고어의 '라라'에서 기원했으며, '라라'는 본래 '나루'를 가리키는 명사였다."라고 하였다. 또한 "'라라'가 나중에 국가를 뜻하는 '나라'가 되었다."라고 설명 하였다. (조선상고사, 단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시공사)
우리에게 수메르인들 및 아카드인들처럼 고대의 사건을 기록한 증거는 없지만, 단재 신채호 선생의 기록을 보면 인류사적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해 보면 '라(ra)'는 인류가 도처에서 문명을 일으킬 때 공통으로 쓰인 '물'과 관련된 단어였을 가능성이 있다. 영어 단어 river도 6천 년 전에 쓰인 인도유럽어 'rei'(scratch, tear, cut)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강이 땅을 찢는 듯이 가르고 자른다에서 왔다"라고 학자들이 주장한다. 하지만 오히려 'ra'와 뿌리가 같을 가능성이 많다.
영어로 '물'은 'water'이다. 상기에서 설명한 'ra'와는 다른 뿌리를 지니고 있다. water는 명사이기도 하지만 동사이기도 한데, "water flower"라고 하면 "꽃에 물을 뿌리다"가 된다. 우리말처럼 '물'과 '뿌리다' 두 개의 표현을 쓰지 않고 한 단어로 쓴다. 이는 영어에서 water는 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동적인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즉 물 자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우리는 '물'을 정적인 대상으로 보고 홍수도 정적인 대상이다. "하늘이 진노했다" 또는 "신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즉, 하늘이나 '신'이 부린 결과라는 의미로 여긴다. 서양에서도 고대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노아의 홍수'처럼...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분석의 대상으로 관점을 바꿨다. 결국 "물'이 왜 홍수가 되는가?"라는 사고의 틀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 언어는 어원을 논할 때 동적인 개념에서 출발하면 안된다. 그들도 고대에는 정적인 개념의 뿌리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누구나 신성한 자연과 신을 섬겼다. 당연히 언어를 구성하는 틀은 자연과 신이 주는 결과물에 바탕을 둔다.
Water라는 말도 자연을 경외하던 고대인들의 사고체계에서 나왔다. 후대에 받아 들인 서양인들이 정적인 것을 동적으로 바꿔서 생각한 것뿐이다. water의 가장 오래된 어원은 'wod-or'이다. 6천 년 전 이런 소리로 '물'을 표현했을 것이라 서양언어학자들이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 소리는 'wod'이고 'or'는 접미사이다.
1만 2천 년 전 빙하가 녹기 시작할 때 인류는 거대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인류의 지능은 빙하가 녹기 이전, 이미 지금의 현대인과 같았다. '물'에 대해서도 그들만의 의사소통 언어가 있었다. 오랫동안 빙하와 같이 공존했던 고대 인류에게 빙하는 물로 이뤄진 거대한 산이었다. 빙하가 부문적으로 녹아 작은 시내를 이루고 그 물을 이용해 식수 또는 몸에 상처 난 부위를 닦아온 그들에게 빙하는 물의 원천이었다. 더나 가서는 빙하는 '생명의 원천'이자,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이러한 배경하에 '물'의 언어적 기원은 빙하에서 출발한다. 빙하는 '물이 얼은 상태'이다. 고대 인류도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물'은 얼어 있는 존재다. 빙하에서 벗어난 지금 남반구와는 다르게 북반구, 즉 유라시아 대륙에서 거주했던 인류는 물은 얼어 있는 존재였다.
자연히 '물'의 어원은 '얼어 있는 존재'로부터 나와야 한다. 이 어원을 찾으려면, 북반구에 존재하는 언어들을 보면 된다. 북반구의 언어 중에 유일하게 '물'을 '얼은 존재'로 표현하는 언어는 '한국어' 뿐이다. 인간은 하루를 살면서 90프로 이상을 무의식 세계에서 보낸다. '주차한 차를 어디에 두었는지, 현관문은 감갔는지, 가스레인지는 껐는지' 등등 머릿속 '해마'가 무의식상태에서 기억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어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도 이렇듯 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게 지내온지가 수천 년이 넘었다.
우리말은 분명 유라시어의 뿌리인데 '정말 뿌리인지, 한글은 15세기에 발명되었는데 그 이전에 언어는 있었는지, 한글과 한국어가 같은 건지, 우리말 대부분이 한자인데 왜 뿌리인지' 등등 있는 사실을 망각하면서 살고 있다.(중화 및 식민지 사관에 입각한 교육의 영향이 크다)
'얼음'이라는 단어에서 무엇이 '물'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면 망각에 사로잡힌 눈꺼풀이 열리면서 진실의 눈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서정범 교수의 국어어원사전을 살펴보면 눈꺼풀이 열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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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얼음에서 '얼'이 물을 뜻한다.”라고 하였고, 고구려어 於乙(어을)이 물의 뜻을 지닌다"라고 연구하였다. 그러면서 어근 얼(ul), 얼의 古語형 얻(ud)도 물이라고 언급하였다. 우리는 어는점이란 표현도 쓴다. 얼은 어는과 같은 뜻이다. 우리 말소리는 이렇게 여러 가지로 표현이 가능하다. 이런 현상은 1만 2천 년 전에도 동일했다. 얼은 얻(어드)의 소리로, 주변에 퍼져 나갔다. 예가 우둔 'udun'이며 예벤키(바이칼호 근처에서 발원한)족 말로 비(雨)를 뜻한다.
빙하가 녹기 시작할 즈음에 사람들은 그 이전 사람들 보다 많은 의사소통을 하였다. '물'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직접 목격한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사건은 '빙하가 녹아 거대한 물줄기를 만드는 현상' 이었다. 또 하나의 거대한 사건은 지금의 서해가 빙하가 녹아 형성되는 장엄한 광경을 지켜본 것이다.
그 장엄한 광경을 지켜본 우리 선조들은 '물'을 '얼'의 고어형 '얻'으로 표현했다. 이 얻(ud)은 시베리 아을 건너 영어의 발상지인 러시아 남부 초원에 도착하여 'wod'로 바뀐다. '웓 ' 정도로 소리 나는 'wod'과 '얻'(ud)이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초기 언어에서 각 음가의 정확성보다는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소리로 의사소통했기 때문이다.
인도유럽어 바로 밑의 줄기어인 '산스크리스트어'에도 '물'이 'udrah'이다. 'ud'이 포함되어 있으며, 위에 설명한 예벤키어와 같다. 어원을 찾아 들어갈 때에는 공통된 핵심소리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원칙으로 인도유럽어도 재구 된 것이기에 토를 달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water'는 우리 선조들이 빙하기 썼던 '얻'이라는 소리에서 나왔으며, 그 연결성이 결코 견강부회(牽强府會)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