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해(海)의 뿌리
현재의 바다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후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것이다. 구석기 인류는 주로 강가에 자리를 잡아 생활했다. 그 강줄기가 흘러 들어가는 곳은 바다이며, 바다는 그들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신석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배를 만들어 근해 또는 먼 곳을 항해하는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 경남 창녕 비봉리에서 8천 년 전 신석기시대 배가 출토되었는데 길이가 4m 이상이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4m가 넘었다면, 근해뿐만 아니라 좀더 먼 거리도 항해가 가능하다. 앞 글에서 설명했듯이 고래를 최초로 잡았던 우리 선조들이 동해 그리고 서해, 남해를 이어 동남아 지역으로도 항해를 했다고 판단된다. 한편 8천 년 전의 배가 중국 항주에서 출토되었고, 창녕과 동일한 시기의 배다. 중국은 박물관을 지어 알리고 있는데, 우리는 잔디밭에 흔적만 남겨 놓고 있다.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은 언제나 음지에 있다. 중화사상, 식민지 역사관에 기인해서인지 찬란한 고대 문화유산이 발견되어도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대부분 조선과 근대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공자가 창시한 유학(儒學)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관심이 지대하다.
유학이 漢나라의 지배이념이 되면서 주변 나라도 그들의 문화권에 포함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사실이다. 유학에서 유교가 된 공자의 사상이 주변국에 퍼져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학 및 유교는 고려 시대 신진사대부에서 시작되어 조선에서 꽃을 피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그 꽃은 사대주의, 중화사상에 물든 꽃이었다. 그 꽃은 죽지 않고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 있다.
한자의 기원을 논할 때도 당연히 갑골문자의 소리도 연구하지 않고 무조건 중국의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500년 동안 뿌리를 내린 문화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갑골문자 소리 연구는 한국의 학자들보다 일반 대중들이 연구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 될 수 있다. 그래야 갑골문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주 정확하게 밝힐 수 있다.
그럼 바다 해(海)는 누가 만들었을까? 당연히 한자를 만든 사람들이 만들어야 한다. 한자를 만든 사람들이 주인이어야 한다. 그럼 현재 중국인들의 조상이 만들었어야 맞는 말이다. 그것을 파헤치기 위해서 보아야 할 것이 한자의 기원을 살펴보아야 한다. 해海는 갑골문자가 없고 周나라 금문이 존재한다. 모양은 이렇다.
흐르는 물가에 여성이 앉아 있는 형태다. 바다를 뜻하는데 여성이 있는 이유는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海의 구성은 물 水를 뜻하는 부수에 매양 매每가 조합된 글자다. 물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每가 필요했던 것이다. 뜻과는 아무 상관없다.
주(周)나라는 갑골문자를 만든 은(殷)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이어받았다. 은(殷)나라의 서북방에 있던 주(周)족이었고, 하나의 부족 공동체였다. 이들이 중국인들의 조상인지는 불분명하다. 따져보아야 할 것은 은의 글자와 소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주나라 금문에 나와 있는 해의 갑골문자 소리는 ‘m̥ˤəʔ’다. 우리말 소리로 음역 하면 '매아'로 소리 낼 수 있다. 이 소리가 바다를 뜻했다. 한편 海의 뜻으로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고 호수, 강, 크다, 넓다, 풍요롭다 등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고대에는 바다라는 개념보다는 강, 물의 개념이 더 강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물과 크다, 넓다, 풍요롭다 등을 뜻하는 단어가 ‘매아’이며 핵심 소리는 ‘매’다. 과연 중국어 기반으로 '물과 풍요롭다' 등을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불가능하다. 왜냐면 海, 水, 江, 河 등으로 물과 관련된 발음이 ‘매’와 연관되지 않는다. 수, 당나라 시대에도 발음은 ‘해’와 같았다. 그러므로 그 기원은 그 이전으로 올라가야 한다.
기원을 올리기 전에 우리말을 살펴보자. 우리말 소리 중에 ‘매’라는 단어가 있다. '매'의 뜻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 중에 물을 뜻하는 방언이 존재한다. 전북 방언으로 물을 ‘매’라 한다. 또한 전라, 충청 방언으로 ‘매’는 밀물, 썰물을 뜻하다. 그리고 풍요롭다, 크다, 넓다 등을 표현하는 부사로 ‘매우’가 있다. ‘매아’와 사실 같은 소리다. 예를 들어 '매얼음'은 '매우 단단하게 꽁꽁 언 얼음'을 뜻한다. '매우, 매아, 매' 세 개는 다 같은 뜻이다.
실제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배경을 가진 한국어가 한자의 어원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데, 왜 그동안 우리나라 학자들은 외면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학자들은 차용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우리말 소리가 다 중국에서 차용된 것처럼 주장할 수도 있다.
중국어에는 남아 있지도 않은 소리가 우리는 외래어 차용이라는 관점에서 아직 남아 있다는 논리도 편다. 과연 그럴까? 周이전에도 있던 소리이기에 매향 매每를 써서 海를 표현했는데, 우리가 차용했을까? 우리말에는‘물, 매, 가람(강), 내, 바다 등으로 구분하여 쓴다. 근데 중국어에서는 내는 소하小河로 쓴다. 그만큼 뜻과 소리를 구분하는 분해능이 떨어진다.
우리말 소리가 원천인데, 반대로 이야기하는 경우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우’라는 말과 물을 뜻하는 ‘매’가 연결된다. 고대에 동음 이의 어였다. 결코 차용일 수가 없다. ‘매우’도 차용하고 ‘매’도 차용했다고 가정했을 때 비슷한 우리말은 대부분 사장되어야 했지만, ‘매우’와 비슷한 ‘너무, 엄청’과 물때, 물, 바다, 가람, 내 등은 왜 남아 있는 것인가?
우리말 소리는 이미 갑골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동북아를 넘어 시베리아 초원에서 사용되던 공용어와 같았다. 시간으로 볼 때 거의 1만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단지 15세기 한글이 발명되어 기록된 문자가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금문, 갑골문자가 소리가 우리의 소리를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매우’ 소리를매우’소리를 밝힌 학자는 미국의 벡스터, 프랑스의 사가르트로 한자 문화권의 사람보다 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 있는 역사, 문화, 언어를 지우고 있다. 불과 건국한 지250년이 되지 않는 미국도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기에 바쁘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패권국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가 북아메리카에서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건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 미국의 건국자들이 만들어 낸 국가라서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그들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내세우지 못해 국가라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 내었다. 인종,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은 계속 존재했고 남북전쟁이 있었지만, 미국이라는 집합체에 대한 애국심은 남다르게 가르쳤다.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 미국 국장에 쓰인 라틴어 ‘E PLURIBUS, UNUM’이 그 의미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어로 뜻은 'one from many'다.
뜻은 여럿으로부터 하나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토마스 제퍼슨, 존 애덤스, 벤자민 프랭클린 이 세 사람은 이미 미국의 미래를 보고 국가의 자존감을 상승하는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계속 진화 중이다. 반면에 우리는 이미 유수한 문화유산, 화려한 역사가 있어 자긍심을 설계할 필요도 없는데, 왜 있는 역사도 부정하고, 심지어 한자도 그 뿌리가 한국어로부터 출발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왜 거부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문이다.
미군 방송인 AFN을 들으면, 항상 방송 사이사이 나오는 말이 있다. “Serving America’s best”이 소리가 항상 귓가에 들린다. 우리도 이제 “Serving Korea’s best”를 실천해야 한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국뽕, 국수주의, 민족주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는 절박한 사실임을 직시해야 된다.
바다 '해'의 단순한 갑골문자 소리 '매' 하나로 우리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볼 만하다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