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만사영어] 미라의 배 속에서 3천 년 전 시(詩)가 나왔다 — 하필 그 대목이 소름
이집트 사막의 무덤. 1,600년 된 미라의 배를 열자, 안에서 파피루스 한 장이 나왔다. 거기 적힌 것은 이집트 주문도, 죽은 자의 서(書)도 아니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였다.
📰 The News
바르셀로나 대학의 옥시링쿠스 발굴단이 카이로 남쪽 약 190km 지점, 고대 도시 옥시링쿠스(현 알바흐나사)에서 로마 시대(약 1,600년 전) 미라를 발굴했다. 2025년 11~12월, 누리아 카스테야노가 이끄는 팀이 22구역 65호 무덤에서 미라를 발견했고, 그 복부 위에 파피루스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파피루스의 정체가 밝혀졌다. 고대 서사시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 중 하나인 **"배들의 목록(Catalogue of Ships)"**의 일부였다.
😲 쇼킹 포인트
① 문학이 미라에 들어간 최초의 사례
그리스 파피루스가 미라 제작 과정에 봉인되어 들어간 것 자체는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것은 전부 주술이나 의식용 텍스트였다. 『일리아스』 같은 문학 작품이 장례 맥락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죽은 이의 배 위에, 주문 대신 시(詩)를 얹은 것이다.
② 하필 그 대목이 "배들의 목록"이다
소름 돋는 건 어느 대목이냐다. 문제의 구절은 『일리아스』 제2권, 화자가 무사(뮤즈) 여신들을 불러 트로이로 배를 몰고 간 그리스 지휘관들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 청하는 장면이다.
이 대목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 "당신들은 여신이며 어디에나 계셔서 모든 것을 보시기에." 그리고 그 뒤로 전장으로 향한 전사들의 긴 이름 목록이 이어진다.
죽은 사람의 몸에, 하필 "이름을 불러 달라"는 시를, 그것도 "전장으로 떠난 전사들의 명단"을 얹었다.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절묘하다.
③ 그런데 정말 그냥 '재활용 종이'였을 수도 있다
여기서 학자들의 정직함이 빛난다. 고대에 방부처리사들은 버려진 텍스트를 시신 감싸는 값싼 재료로 자주 재사용했다. 당시 파피루스는 매우 비싸서, 필경사들은 낡은 텍스트 위에 새 글을 덮어 쓰는 것을 선호할 정도였다.
즉 이 화려한 그리스 영웅들의 목록이, 오래된 신문지로 물건을 포장하듯 아무 의미 없이 재활용된 폐지였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누군가에겐 세계 최고의 서사시가, 다른 누군가에겐 그냥 싼 포장지였던 셈이다.
④ 하지만 위치가 말을 한다
그럼에도 복부 위에 조심스럽게 놓인 위치와 텍스트의 특정성은, 이 관습에 어떤 진짜 의미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다른 미라에서 나온 파피루스들이 주로 마스크·덮개를 만드는 **카르토나주(종이 반죽)**로 쓰인 것과 달리, 이 조각은 몸 안에 놓여 있었다.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의도적 행위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왜 하필 옥시링쿠스인가
이 도시 이름을 기억해 둘 만하다. 19세기 말~20세기 초, 고고학자들이 이 마을의 고대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다가 50만 개의 파피루스 조각을 발견했다. 그 안에서 잃어버린 희곡들, 정부 세금 기록, 개인 편지들이 쏟아졌다.
인류가 잃어버린 고대 문헌의 상당수가, 이 한 도시의 쓰레기장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번엔 쓰레기장이 아니라 사람의 몸속에서 나온 것이다.
📖 Key Vocabulary
| papyrus | (퍼파이러스) | 파피루스 |
| mummy / mummification | (머미) | 미라 / 미라 제작 |
| embalming | (임바밍) | (시신) 방부 처리 |
| excavation | (엑스커베이션) | 발굴 |
| fragment | (프래그먼트) | 조각, 단편 |
| epic (poem) | (에픽) | 서사시 |
| catalogue | (캐털로그) | 목록 |
| deliberate | (딜리버럿) | 의도적인 |
| repurpose | (리퍼퍼스) |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다 |
| necropolis | (네크로폴리스) | 대규모 고대 공동묘지 |
💬 Useful Sentences
- It was the first deliberate use of a literary text in embalming. (방부 처리에 문학 텍스트를 쓴 최초의 의도적 사례였다.)
- The fragment came from an ancient epic. (그 조각은 고대 서사시에서 나왔다.)
- They repurposed old papyrus as cheap material. (그들은 낡은 파피루스를 값싼 재료로 재활용했다.)
- The excavation revealed a Roman-era mummy. (그 발굴로 로마 시대 미라가 드러났다.)
🎬 한 줄 정리
한 장의 파피루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그것은 죽은 이를 위한 마지막 시(詩)였을까, 아니면 그저 손에 잡힌 폐지였을까.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3천 년 전에 쓰인 시가, 1,600년 전 누군가의 몸에 얹혀, 오늘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시는 그렇게, 죽음보다 오래 산다.
세상만사 영어 이야기 ⓒ wordiy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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